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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6 00:33

준유와 보내는 나날이 너무 휙휙 지나가는 것 같아서,
뭘 하고 노나를 생각해봤어요.

요즘 잘 하는 (& 거의 유일한ㅋ) 놀이는,
'엄마 조종하기'입니다.

안고서 얼굴을 마주보면 이 녀석이 제 턱이나 뺨을 움켜잡는데
그럼 저는 고개에 힘을 빼고서 조종당하는 놀이지요.
젖 먹는 동안 제 손을 내주고서 이러기도 하고요.

사실 이게 아무 것도 아닌 건데,
포인트는 효과음입니다.
애가 팔을 쭉 뻗어서 저를 밀어내면 '슝~'
팔에 힘을 빼면 박치기하는 척하며 '꽝!'

과장되게 소리를 넣어주면 애가 굉장히 재미있어 해요.

배밀이도 못할 때부터 하던 건데,
울고 웃는 것 말고는 별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아기에게
'너도 이렇게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단다!'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엄마 볼에 바람을 가득 넣어서
아이 손으로 풍선 터뜨리듯 누르는 놀이도 서로 좋아합니다.
(역시 제가 좋아하는 놀이는 인과관계가 확실한 놀이들..ㅋ)

지안이랑도 이렇게 많이 놀았는데,
한참을 잊어버리고 잊었어요. 그 때 서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를.

준유 조금만 크면 또 까먹을 거 같아서
별 거 아니지만, 적어둡니다. ^^

그리고 또 뭘 하고 노나 봤더니
제가 하루종일 말은 별로 안하고 앙~ 쪽쪽~ 이런 소리만 내고 있네요.ㅋㅋ
부비부비할 시간도 부족해서,
만나면 볼 비비고, 뽀뽀하고, 손가락을 입술로 물어서 잡아당기고 등등..
원초적인 놀이만 하게 돼요.
으흐.. 이건 말이 필요없죠. 평생 부비부비하며 살고 싶을만큼.

문득 쳐다보면 너무너무 귀여워서
"권준유, 너 왜 이렇게 귀여워!"라든지 "더 크지 마, 응?" 하게 됩니다.
(지안이한텐 "너 왜 이렇게 이뻐!"는 하는데, 더 크지 말란 말은 이제 안하네요. 미래가 점점 기대되는 월령. ^^)

참, 젖먹이 입에선 x냄새가 난다는 거 아시나요?ㅋㅋ
x냄새라 하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모유만 먹는 아기들은 x이 색깔도 예술이고(샛노란 물감색) 냄새도 정말 구수하거든요. 젖이 발효된 냄새랄까.
근데 입에서도 젖이 발효된 냄새가 나니까(얘네들은 이도 안닦잖아요. 물도 안 마시고.)
결국 '입냄새=x냄새'지요.
저는 이게 너무 재미있어서 맨날 애 얼굴에 코를 파묻고
'야, 너 x냄새나.ㅎㅎ'하고 있어요.
이제 이유식 양 늘어나면 이것도 곧 안녕일텐데, 지금 맘껏 즐기렵니다.
냄새도 동영상처럼 저장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첫째랑 비교하면 제가 정말 하는 게 없긴 해요.
지안이한텐 말도 엄청나게 많이 하고 맨날 노래를 불렀는데('뮤지컬 육아'라고 명명할만큼)
준유한텐 "자, 기저귀 갈자."라는 말조차 잘 안나올 때가 많아요.(제일 많이 한 말은 "잠깐만 기다려"라는.ㅋ)
지안이가 저한테 말을 너무너무 많이 시켜서
그거 대답만 해줘도 지치거든요.

지안이 눈치 보여서 잘 못놀아주는 것도 있어요.
준유한테 뭘 좀 해줄라치면(들어올려 비행기를 태워준다든지)
지안이가 항상 샘낼 채비ㅋ를 하고 저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둘 다에게 해줄 수 없는 일은 시도를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럴 체력이 안돼요.

그래서 준유랑은, 지안이 몰래 눈마주치며 음소거 모드로
벙긋 웃어줄 때가 많아요.
애틋한만큼이나, 사랑하는 표정을 가득 담아서 날려주면
이 녀석도 한껏 행복하다는 듯 함박웃음으로 화답해요.
그러니까 우린 눈만 마주치면 완전 *♡.♡* 이런 모드.

"누나가 어린이집 가면 많이 놀아줄게!"
..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진 못하겠고
(얼집 보내고 남는 시간에 대학원 복학 준비하려고 완전 벼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방치할 테니, 엄마랑은 이렇게 짧고 굵게 놀자꾸나."
라는 말을.ㅎㅎ

상황이 이렇긴 하지만
둘째한테 더 못해준다는 느낌은 또 아니네요.
첫째를 키운 내공으로,
둘째한테는 꼭 필요한 부분만 효율적으로 준다고나 할까.

그리고 아무리 제가 못 놀아준다고 해도
최소한 우린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까..
참 복이 많다는 걸 되새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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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5 17:12
33개월의 지안이, 숫자를 향한 사랑을 이제 숨길 수 없게 되었네요.

어느 날 뜬금없이 "엄마, 1하고 2하고 3하고 3하고 3하고 4하고 5가 있으면 1, 2, 3, 3, 3, 4, 5라고 읽는 거예요?" 라고 말하기 전까진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젠 좀 독특하다는 걸 인정해야 할 듯해요.
 
'숫자 동물농장' 류의 책에 열광하고, 27개월 무렵부터 서른까지 세고, 실물로도 열 몇 개까지 셀 줄 알 때는(참고로, 1부터 x까지 말로 읊는 것과, 실물의 갯수를 세는 것은 별개의 능력) 그런가보다 했어요. 문자나 숫자란 게 가르치기 나름이라서, 수를 세는 능력과 수에 대한 사랑이 정비례하지는 않으니까요. 근데 저 말은.. 멍하게 있을 때도 머릿 속에 숫자가 둥둥 떠다닌다는 거네요.. 허허.

지안이는 엄마나 할머니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두 사람 다 숫자 얘긴 많이 안해요. 아빠도 그다지. 학습지 같은 건 당연히 안하고요. 하나에서 열까지 읊는 건 저한테 배웠고, 일부터 십까지는 할머니한테 배운 듯 한데, 나머지는 아흔을 바라보시는 증조부께서 가르치신 듯 합니다. 저는 신생아 보느라 정신없던 무렵이라 뭘 얼마나 가르치셨는지 파악 불가하나, 숫자 읽기를 가르치시는 광경은 한 번 목격. 아무튼 그래서 현재 19까지인지 29까지인지 달력 숫자는 대충 읽을 줄 아는 것 같습니다.

숫자 사랑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는, 순서에 관심이 참 많다는 것. 뽀로로 인형극에서 본 '루피의 마법 스프' 에피소드를 참 좋아해요. 그 얘길 자주 해주는데, 처음 한다는 질문이 "그런데 왜 뽀로로한테 제일 먼저 (마법 스프를) 줬어요?"였어요. 자고 일어나자마자 뜬금없이 "엄마, 여름 다음에 겨울이예요?"라고 묻기도 하고요. '둥근 해가 떴습니다' 노래에도 이의를 제기해서(왜 이를 먼저 닦냐고..) 우리 집에선 '제일 먼저 오줌 누고, 밥 먹고 이 닦자'가 되었네요. '우리집 비홍이가 새끼를 낳았어요' 노래에도 한때 열광했어요. 개가 새끼를 여섯 마리 낳아서 두 마리, 한 마리를 분양하고 세 마리가 남았다는 얘기인데, 손가락으로 세며 노래를 불러주면 뭐가 그리 좋은지 함박웃음을 짓고 "또!"를 외치곤 했네요.

인형 놀이를 할 때도 각을 무쟈게 잡습니다. 동물 여섯 마리가 생일 파티를 하는데, 여섯이서 둥그렇게 둘러앉는 게 아니라, 이런 모양으로 줄을 서요.

_____________동물4_______
동물1, 동물2, 케이크, 동물3
_____________동물5_______
_____________동물6_______

(케이크가 네모였는데, 둥글었다면 또 어땠을지는 모르겠네요.)

어느 날 밤, 현관에서 신발정리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얼마나 반듯하게 줄을 세워놨던지요.. 살짝 무서웠음.-_-

그러고보니 한동안 제일 자주 하던 놀이가 화투였네요.-_- 할머니와 주로 하는데, 민화투라고 하나요, 같은 패 나오면 두 장씩 따 가는 거. 암튼 같은 거 네 짝씩 맞추고 이름도 다 아네요. 화투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한 세트', '한 벌' 개념을 참 좋아합니다.

이런 지안이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남편과 시부모님은 수학 잘 할 거 같다고 좋아하시는데, 저는 너무 이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물타기(?)하는 데 관심이 더 많습니다. 수학적으로 뛰어난 게 나쁜 건 아닌데(당연히 좋지만,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유전적으로 환경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을 거라 믿고 있어서 뭐..), 그 부작용으로 너무 독특한 정신세계를 갖는 건 득실을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암튼, 아이는 이러하되 저는 아직은 관심있게 지켜볼 뿐이고, 나중에 커서는 같이 보드게임하면 진짜 재미있겠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은 이야기하고 노래 부르고 몸으로 뒹굴고 노는 게 더 좋네요.

추가.
1. 최근에 화투를 48장까지 세더라고 아빠가 제보해 왔습니다.
2. 숫자를 쓰기-_-(한글이고 영어고, 아무 것도 읽긴 커녕 쓰라고 시킨 적이 없는데!) 시작했습니다. 반전은.. 12까지 세며 쓰길래 가봤더니.. 똑같이 생긴 길쭉한 점이 열두 개.ㅋㅋㅋ 하지만 본인은 정말 숫자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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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5 13:45
준유는 이제 6개월 하고 28일이 되었습니다. 관련 포스팅은 이제 겨우 두 번째.ㅎ

1. 무럭무럭 자라요

'무럭무럭'이라는 말, 첫째 때는 떠오르지 않았는데, 준유에겐 이 표현이 딱 어울리네요. 남아인데다 평균보다 키도 크고 무거워서(모유 수유아 기준) 빨리 큰다는 의미도 있고, 엄마가 너무 바빠 얼굴을 잘 못보니 볼 때마다 쑥쑥 커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몸이 크니 먹는 양, 싸는 양도 확실히 다릅니다. 한 번 먹고 두어 번 몰아싸는 모습도 지안이보다 훨씬 빨리 보였고(지안이 돌 가까이까지 쓰던 얇은 천기저귀는 벌써 졸업), 먹성도 얼마나 좋은지.. 일곱 시간씩 자던 애가 백일이 지나면서 밤에 다시 깨더니 요즘은 두 시간 마다 먹는 신생아 모드로 돌아갔습니다. ㅠ_ㅠ 하지만 첫째 때보다는 할 만합니다. 몸도 적응을 했을 뿐더러(3년 반 동안 밤에 두 번 이상 깨지 않은 적이 얼마 없으니-_-), 이런 시간도 잠깐이고 곧 젖을 떼게 될 거란 걸 아니까요.

90일에 한 번 뒤집고, 한 달 후부터 날마다 엎드려 놀기 시작, 지금은 배밀이를 합니다. (첫째는 일 주일 일찍 뒤집고 백 일 무렵에 배밀이를 했기 때문에 아무도 준유에 대해 빠르다고 하진 않습니다.ㅋ) 그런대로 잘 앉아있고, OTL 자세를 잡은 지는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 기지는 않네요. 지안이와 가장 다른 점은, 엄지발가락으로만 버티며 엎드려 뻗쳐를 한다는.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그런 걸 할 필요는 없는데, 얘야..) 배밀이도 훨씬 파워풀해서,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후훗.

2. 잘 웃어요

준유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어요. 이제 저도 주위에 샘플 데이터(지안이 및 다른 아기들)이 많아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이 녀석, 정말 잘 웃습니다. 웃기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웃어대서(누나가 옆에서 혼자 떠드는 걸 보고 갑자기 깔깔대고, 어른이 찡그리며 괴성을 질러도 이게 좋다고 웃고..), 어른들이 황당해하며 웃음을 터뜨리고, 그걸 보고 준유는 더 웃는 웃음의 선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사람 얼굴을 보면 기본 모드가 웃는 거라서, 웃지 않고 가만히 보고 있는 게 낯가림이라는. (상대방은 "얘 낯가림 아직 없네"라며 오해를 하지만.)

3. 만져보면 다 안다고요

굉장히 미스터리인 것이.. 물건을 입으로 잘 가져가질 않아요. 손으로 조물딱조물딱거리는 걸로 충분하대요. 처음부터 손은 잘 빨았고(즉, 월령 대비 손을 입으로 조준해 넣는 기술은 뛰어났기 때문에 물건을 입으로 못 가져가는 건 아님), 지금도 굳이 입에 닿아주는 물건을 마다하진 않는데, 본인이 직접 입에 넣지는 않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바라보다, 파워풀하게 펄떡거리며 쫓아가서는, 손으로만 만지작만지작.. 이걸 반복해요. 준유보다 한 달 늦은 친구네 아기가 제 손을 덥썩 잡고는 입으로 가져가 쫙쫙 빠는 걸 보니 확연하게 차이가 나네요. 준유한테도 제 손이나 물건을 자주 주는데 전혀 이렇지 않거든요. 준유는 심지어 ㅉㅉ마저도 입이 아닌 손으로 조물딱거리며 한참을 갖고 논다는-_-.

어릴 때부터 유난히 자기 손을 바라보면서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꼬았다 풀었다 한 걸로 봐서, 얘 취향이 그런가보다 하고 있습니다. 물건은 잘 빨지 않지만 손가락 빠는 건 좋아해요. 지안이가 5개월이 넘도록 엄지를 잘 펴지 않아 언제 펴질까 너무 궁금해하던 기억이 있는데, 준유는 4개월부터 펴서 입에 쏙 넣곤 했어요. 젖 먹다가 입 한쪽 구석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기도 하고-_-. 게다가 젖도 신생아처럼 자주 빠니까, 빠는 욕구는 그걸로 충족되나 봐요.

여담으로, 제가 입이냐 손이냐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건, 준유의 경우가 '돌 전 아기는 손보다는 혀의 감각이 발달해서, 입으로 탐색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일반론에 어긋나기 때문. 제가 좀 애들을 연구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거 발견하면 진짜 재밌어요. 지안이도 '아이가 말을 배울 때 발음을 일부러 연습시키거나 교정하려 들면 역효과만 난다'는 일반론과 정반대였던 케이스.

4. 누나와는 좀 달라요

두 번째 연구 대상이 첫 번째와 꽤 달라서, 시들해질 법도 한 연구가 계속 재미있습니다. 어릴 땐 "여보, 얘는 천사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제가 이런 간지러운 말, 과장된 표현을 잘 안쓰는 편인 걸 감안하면, 이 때의 감동과 행복은 음..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걸까요..^^ (허나 밤에 자주 깨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런 말은 잘 안 나옵디다.ㅋㅋㅋ)

터울이 크지 않은 두 아기를 키우는 엄마로서, 둘째는 젖 줄 때 말고는 정말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로 신경을 못썼는데도, 볼 때마다 벙실벙실 웃어주니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지요. 지안이가 어른 관심을 쫙 빨아당기는 성격인데, 준유는 누구 손에 맡겨놔도 잘 크는 성격이니, 이런 조합으로 남매가 만난 것도 저희들 복이겠거니 싶어요. (엄마 예상과는 좀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요.)

누나만큼 수줍음을 심하게 타거나 감각이 예민할 것 같진 않아서 안도감도 들고(제가 서울로 떠날 때 준유가 두 돌일텐데, 지안이 그맘때보단 엄마 손이 덜 필요할 거 같아서요), 어떤 성격으로 자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얘도 두세 돌이 되면 어떤 형태로든 말 안듣고 고집을 피울 텐데, 아직은 그렇게 변할 거라는 걸 상상하기 힘드네요. ^^

남아라서 다른 면이 또 있을 텐데(덩치 크고 힘 센 거 말고도), 최근엔 굴러가는 물건을 무척 좋아한다는 차이점이 눈에 띄기 시작하네요. 지안이는 '너무 예측 가능하다' 싶을 만큼 엄마 아빠 성격을 빼닮았는데, 준유는 어떨지 기대됩니다. (좀 달라야 전 더 재밌을 거 같아요.)

5. 둘째라는 위치

준유는 지안이와 성별도, 타고난 기질도 다르지만, 환경도 많이 달라요. 엄마가 늘 함께 놀아주지 못한다는 부족함이 있는 반면, 누나가 있다는 건 큰 장점임에 틀림없어요. 누나가 혼자 종알대며 놀고 있기만 해도 준유는 기어가서 누나를 붙잡고 좋아서 까르르 하거든요. (장난감이 따로 필요없다는. 게다가 가끔 놀아주기까지 하니.) 현재로서는 누나가 아빠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해요. 하지만 이 누님이 한 새침하셔서 준유 혼자 열렬히 짝사랑을 하고 있는 꼴이지요.ㅎ

내가 사랑하는 누나는/ 단발머리 새침한 소녀 음-/ 잊고있던 어린 시절의/ 선생님이 생각나
(내가 사랑하는 누나는/ 엄마에게 잘 해 주지만 음-/ 나만 보면 왜 토라지는지/ 정말 모르겠어)
내가 사랑하는 누나는/ 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 음-/ 시원스런 바람처럼/ 늘 나를 설레게 했지
(내가 사랑하는 누나는/ 어딨는지 알 수가 없어 음-/ 뭐가 그리 바쁜 거야/ 난 도저히 못참겠어)
난 이렇게 누난 그렇게/ 그런 사랑 얘기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어/ 항상 누나를 사랑해

요즘 상황을 대변해주는 노래예요. (한철 오라버님의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을 개사.) 이거 부르면 지안이도 샘내지 않고(준유한테 불러주는 거긴 하지만 내용은 자기 얘기니까ㅋ) 잘 들어요. 지안: "왜 어딨는지 몰라?" 엄마: "니가 마루에서 놀고 있고 준유가 방에 있으면, 준유는 니가 어딨는지 잘 모르잖아" 이런 대화를 하면서요.

사교성 좋은 동생과 새침데기에 수줍음 최고인 누나의 조합이 몇 년 후엔 아주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어요. 2년 3개월 터울이 나지만, 사회성 지수는 비슷해질 거 같아서요.  

6. 오랜만에 모습을 공개합니다

커밍 순~ (집에서 업로드가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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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3 21:05

낚시성 제목이 될까 부담스러운데, 어쨌든,
지안이가 본인은 영어를 할 줄 안다고 합니다.ㅋㅋ

머지 않은 미래에 제 두 번째 전공을 살려서 영어를 가르칠 생각인데,
아직 시작은 안했지만, 영어 관련 에피소드가 생겼으니 가볍게 적어봅니다.

두 돌 되기 전부터, 지하철을 자주 타면서, 안내방송을 듣게 했습니다.
요즘은 사월행/문양행 열차 도착 방송을 듣고 엄마에게 알려주고,
어느행 열차를 타야하는지도 골라내곤 합니다.

한동안은 정차역마다 역이름을 알려달래더니
이젠 영어방송까지 듣기 시작했나 봅니다.

지하철에서 우리말로 조잘조잘 잘 놀다가 갑자기
"대구뱅?" "수성구오페수?" 하며 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절 쳐다봐요.

전 ㅋㅋ대면서도 최선의 발음으로
대구 bank, 수성구 office라고 말해줘요. 영어라고 알려주면서요.

그럼 지안이는 또 대구뱅, 수성구오페수를 반복하고, 저도 반복하고.
영어 공부시키는 엄마로 오해받을까 좀 부담스럽지만(대구 지하철 엄청 조용함)
애 말하는 거 들으면 ㅋㅋ 정말 재밌긴 합니다.

얼마 전엔 대구오페수가 대구암페스로 발전했는데,
'오'와 '아'의 중간쯤 되는 발음을 잡아낸 거 하며 f 들어가면서 나는 약간의 비음(인가.. 사실 저도 잘..-_-)을
'ㅁ'으로 표현한 거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모국어 발음에 집중을 해야 모국어를 빨리 배운다고 하죠.
(몇 가지 책에서 봤는데 특히 '양육쇼크'에서 강조한 내용. 이중언어 환경은 또 다른 얘기인데, 한국에서 한국 부모가 애 키우는 경우는 해당 없으므로 패스.)
그래서 지안이가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걸 보면
'녀석, 모국어 발음이 잘 자리잡았구나. 그래 장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돌 전에도 love를 정확하게 '러브'라고 우리말로 발음했죠.)

얼마 전에 들은 동요cd에서 어떤 아이가
'진달래꽃'의 'ㄹ'을 영어 'L'로 발음하는 거 듣고 확 깼는데
그런 일은 없어야지요.

 그것 말고 지안이가 아는 영어는
'브란베 브란베 웟두유씨'(brown bear, what do you see), '하이하이 하이하이 나슈미츄'(hi nice to meet you), 유리미시(유리드믹스) 등이 있네요.

지안이가 영어를 할 줄 안다길래,
어제 남편이랑 저랑 재미삼아 애한테 영어로만 이야기를 해봤더니
곧 울상이 되더군요.ㅋㅋ

지나가다 들은 방송과 동요에는 거부감이 없는 걸로 봐서
어릴 때 시작하려면 정석대로 동요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별 내용 없는 글이었지만 어쨌거나
아이가 '나는 영어 잘 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고,
그 생각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가장 중요할 거 같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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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3 19:31
연초부터 짐보리를 시작으로 지안이와 밖으로 나다닌 게 벌써 10개월째. 겨울 학기부터는 수업을 좀 바꿔야할 거 같아서 생각을 정리해봤다.

..라고 문화센터까지 생각하며 썼는데, 거의 다 짐보리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1) 짐보리: 한겨울의 놀이터

한겨울에도 애들은 적당히 나가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지난 겨울엔 입덧과 추위 때문에 내가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 늦가을부터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내내 집에만 있다가, 입덧이 조금 가신 게 1월 말. 놀이터는 여전히 내가 추워서 못가겠고, 유일한 선택이 학기 중간부터 등록 가능한 짐보리였다. 20개월짜리를 놀게 하느라 월 10만원씩 쓸 생각은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한 학기만 해보자 싶어 등록.

(2) 성격의 발견

처음에 가장 놀란 건, 지안이가 무지무지무지 긴장하더라는 것. 낯을 가린다고도 할 수 있는데, 좀 다른 점은, 부끄럽다고 숨는 게 아니라 그냥 얼음! 하듯 얼어버린다는 점. 몸 뿐 아니라 얼굴도 얼어버려서, 남들은 싫어서 그러는지 부끄러워서 그러는지 구분을 못하더라.(엄마만 캐치할 수 있는 아주 미~묘한 표정의 변화가 있다.) 말을 걸면 애가 무표정으로 가만~히 서있기만 하니, 지능이 떨어지거나 애착에 문제가 있는 걸로 오해받은 적도 있다.ㅋㅋ

나도 처음엔 상당히 놀라고 걱정도 되었는데, 두어 달 하고나니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게 명백해졌고(내가 집에서 선생님처럼 수업을 해주면 다 따라해서), 좀더 지나니 그저 웃겼다.(어떤 날은 수업을 1등으로 잘 따라하고 다른 날은 내내 무반응이고 해서. 그리고 사람들이 지안이를 오해하는 상황이 재미있어서.)

(3) 엄마의 역할

처음엔 선생님한테 내가 많이 어필을 했다. 예를 들어, 놀이 주제가 '원숭이가 되어서 바나나를 따먹어 봐요'인 날에, 선생님이 바나나(장난감)를 따서 지안이 입에 대주면 지안이는 얼음! 상태. 당연히 선생님은 지안이가 아직 상상놀이를 못하는 걸로 오해를 하신다. 혹은 아예 원숭이가 뭔지 모른다고 생각하시거나. 그럴 때 내가 "집에서는 벌써 다 하는데 선생님이 보시니까 부끄러운 거지?" 하며 지안이 대신 말해주는 식.

또 지안이가 집에서 선생님 사진을 보여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자주 말씀드리니, 선생님들도 지안이를 더 귀엽게 봐주시고 말도 자주 걸어주셨다. 가끔 엄마와 말하는 모습이 포착되면 "선생님 오늘 지안이 목소리 들어봤네!"하며 열광해주시고. (그렇게라도 목소리를 공개한 게 두 학기는 지나서였다.ㅋ)

아이가 아무리 수업시간에 지진아(ㅎㅎ)처럼 행동해도(자기가 앞에 나갈 차례인데 안나가고 있다든지) 엄마인 내가 활짝 웃고 있으니(집에서와 너무 다르게 행동하는 게 웃겨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ㅋㅋ), 다른 엄마들이 지안이를 좀더 좋게 봐준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진짜 지진아면 엄마가 저러진 않을 텐데, 그렇진 않은가봐' 라고들 생각했으려나? ^^ 거기서 사귄 어떤 언니는 "지안이는 새침한 게 묘한 매력이 있어."라고 말하곤 했다. 나중에 선생님한테 들으니 지안이를 예뻐하는 엄마들이 좀 있었다고 한다.

(4) 성실한 학생 되기

하지만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지안이를 좋게 봐주신 건, 지안이가 성실한 학생이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여름 특별 수업. '원시시대'라는 주제로, 간단한 호피무늬 옷 정도(그런데 애기 옷 중에 그런 게 어딨나.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왔다.)만 입혀와 달라는 선생님의 당부에, 우리는 이렇게 화답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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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난 재료로 할머니가 손수 만드신 것.(나는 디자인 참여.) 나는 산후조리 중이어서 할머니가 데려 가셨는데, 다른 엄마들이 자기 애를 지안이 옆에 세워놓고 서로 사진 찍으려 했다고.

게다가 9개월 수업 동안 한 번 빼고 전출, 엄마가 힘들 땐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가족이 열심히 아이를 데려다녔으니, 선생님들께서 예쁜 학생으로 봐주실 만도 했다. 비록 수업 호응도로만 따지만 우수 학생과는 거리가 멀었을지라도.

(5) 짐보리에서 얻은 것

몸으로 열심히 놀았다. 엉덩이가 무거운 편이라 활동량이 늘 부족해보였고, 그러니 밥도 적게 먹고 밤잠도 푹 자지 않는 게 늘 아쉬웠는데, 어느 정도 고민 해소. 일주일에 두세 시간이었지만, 짐보리에서 배운 걸 집에서 해보며(화장대에서 이불로 뛰어내리기, 쿠션 위 달려가기) 활동량이 늘었다.

겁이 무지 많은 녀석인데(처음엔 놀이기구 바닥에 가느다란 틈만 있어도 겁이 나서 걸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두려운 것에 도전해보면서 조금은 용감해졌다. 겁 많은 성격을 궁극적으로 확 바꿔야겠다는 욕심은 없지만, 아이는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테스트해보면서 자신감이 많이 커진 것 같고, 어른들도 아이의 한계를 이해하고 어느 선까지 요구하는 게 적당한지 알게 된 것 같다.

개근상을 받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뭔가 시작하면 빠지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하자'라는 가치를 아이와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들리려나? ^^ 세 살짜리 버전으로 바꿔 말하면 "가기로 했는데 안가면 선생님이 실망하실 텐데", "오늘 안가면 나중에 개근상 못받을 텐데"라는 말에 분명히 반응한다는 거. 짐보리 가려고 밥을 꾸역꾸역 먹기도 하고, 선생님이 좋아하는 깨끗한 아이가 되려고 이도 잘 닦곤 했다.

처음으로, 친척도 엄마 친구도 아닌 모르는 어른과 관계를 맺어봤다. 난 사실 이 부분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성격상, 수업 특성상, 선생님과 아주 친해지긴 힘들더라. 선생님은 조금 멀리서 바라보며 짝사랑하는 존재로 자리매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또래들과의 관계에서 소득이 있을 뻔 했으나, 내가 바람같이 왔다 바람같이 사라졌던 관계로(둘째 젖 주러) 교류를 강화하기가 힘들었다. 이건 좀 아쉬운 점.

(6) 얻었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았던 것

잡다한 인지교육. 이건 문화센터도 마찬가지. 각자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다를 테지만, 우리집의 경우엔 지안이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눌 어른들이 많기 때문에 모든 게 생활 속 교육이다. 단적인 예로, 추석에 "짐보리에서 보름달 배웠지?"하니 애가 "아니. 화투에서." 하더라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걸 굳이 인위적인 설정 속에서 배우는 게 반갑지가 않다.

특히 짐보리 6단계로 넘어오면서는 너무 앞서나간다 싶은 것들이 있었다. '구기종목'이라는 주제 하에 이미 아는 축구, 농구가 나오는 건 좋은데, 아이스하키와 탁구는 좀 아니잖아. 그런 종목 경기를 본 적도 없는 애한테 풍선과 가짜 라켓을 주며 "자, 탁구하자." 하기도 뭣하고. 이런 반갑지 않은 주제가 걸리는 날은 놀러 왔다가 공부만 하고 가는 거 같아(게다가 제대로 된 공부도 아니고) 나도 별로 즐겁지가 않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많은 걸 배우게 된다. 몇 년 뒤에 알아도 아무 지장 없는데.  

(7) 앞으로의 수업 계획

짐보리 끝나고선, 신체활동 수업 하나, 음악 수업 하나, 기타(미술이나 통합놀이) 수업 하나 체제로 갈 생각. 신체활동 수업은 애가 그걸 통해 부쩍 용감해지는 게 보여서 당분간 주력할 생각. 다른 건 당장 크게 아쉽진 않지만, 내가 외출을 좋아해서, 그리고 좋은 선생님과의 관계유지(음악) 및 선생님 발굴(기타)을 위해서.

지안이를 기관에 늦게 보낼 생각이라, 그 전까지 꾸준히 들을 수 있는 수업을 찾는 중이다. 특히 문화센터 수업 중 아기부터 너대여섯 살까지 커버하는 장기 프로그램이 후보. 같은 선생님 아래서 처음에는 엄마랑 같이 듣다가 나중에는 자연스레 아이만 수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과목 불문하고 좋은(인격적으로, 교육철학 면에서) 선생님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고, 아무래도 인지교육을 피하려다 보면 예체능 쪽 수업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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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 2010/11/15 12: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유소년 축구단은 어떠신가요 ㅡ.ㅡ;;
전 저희집 바로 옆에 박지성 유소년 축구단이 있어서 거기에 보낼 생각이예요. 먼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ㅡ.ㅡ;;
surfnsun | 2010/11/15 17:18 | PERMALINK | EDIT/DEL
은실이 사는 수원 살아서 좋겠수.
나도 그런 거 시키고 싶다~~
우리 애는 누가 드리블하며 달려오면 샥~ 피해주는 아이인데, 나중엔 할 수 있으려나? ^^
대구 오면 연락 좀 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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