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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0 23:45
둘을 집에 데리고 있으며
뭔가 정리해서 올리는 글 따윈 쓸 수 없는 상황이 된 가운데..
그래도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어 얼른 몇 자 적습니다.

시어머니께서 곧 태어날 외손녀를 돌봐주시러 미국으로 떠나셨어요.
그러니 저는 이제부터가 둘 키우기의 진정한 시작이죠.
두둥~

보육시설의 도움은 없지만
남편과 가사도우미 아주머니, 시아버님께 기대어
석 달 여정을 잘 헤쳐 나가보려 합니다.
   
지안이를 밤에 좀 울렸어요.
요즘 잠투정이 더 심해졌는데
이젠 제가 24시간 내내 둘을 데리고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니
'너도 좀 적응해라' 한 거죠.

별 거 아닌 걸로 (물통이 아니라 물컵에 물을 달라는 거였나..-_-)
트집 잡으며 우는 걸 한 십 분 안된다고 하며 울렸네요.
이렇게 심하게 울려본 건 몇 달 만에 처음이었는데,
버릇 좀 고쳐야겠다 싶어 타협안도 없이 딱 잘라 거절하고 내버려 뒀죠.
그러다 빨대에서 물이 잘 안나올까봐(그저께 실제로 그랬어요) 그런다는 걸 알고
(별로 기대 안하고 '왜 그러냐'고 물었는데, 이유를 제대로 이야기하더군요. 대답 듣고 나니 좀 미안.)
물이 잘 나오는 걸 확인해주고 진정.
쉬하고 싶다길래 급 화해 모드로 손잡고 변기로 걸어가는데
10초 전까지 울고불던 애가
갑자기 멈춰서서 뒤돌아보더니
너~무 야무진 말투와 표정으로 하는 말.

"엄마, (난 쉬하러 혼자 갈 수 있으니) 준유 울면 준유한테 가서 맘마 주세요~오"

순간 우습고 어이 없으면서
또 어찌나 귀엽고 기특한지.

방금 전까지 제 코가 석자였던 녀석이
동생을 이렇게나 챙기다니요.

잠자리에선 둘다 엄마를 필요로 하는지라
준유가 조금 칭얼대는 정도면 지안이 옆에 머물러주려 하는데
등 떠밀며 빨리 준유한테 가라고 한 적도 몇 번.

자기가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면
바로 동생에게 내리사랑을 베풀어요.
정말로.. 예쁜 딸.

종일 밥투정 잠투정 하는 녀석과 씨름하느라
스트레스를 꽤나 받은 날이었지만
저 빛나는 한 문장 덕분에
근심걱정 다 날려버리고 잠자리에 들었어요.

많이 커버린 첫째가 덜 예뻐보여서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
(사실 지금도 굉장히 예쁜 아이인데, 동생이 생기니 어쩔 수 없이..ㅠ_ㅠ)
이렇게 둘째는 절대 줄 수 없는 찐~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네요. ^-^
힘들게 하는 것도 첫째지만 힘이 불끈 솟게 하는 것도 첫째인 것 같아요.

오늘도 빛났던 순간이 두 번.

첫번째는
제가 한참 집중해서야 겨우겨우 잡아냈던
음악 소리를 듣고서 무슨 노래냐고 물었던 순간.

큰 소음에 묻혀서 들릴 듯 말 듯 흘러오던 소리였고,
주파수대도 특별히 아이가 잘 들을만한 영역은 아니었어요.
저도 청력이 좋은 편인 걸 감안하면
딸의 청력과 집중력은 놀라웠지요.

그리고 두 번째는

(식탁에서 물 옮겨 담기를 하고 있던 지안, 물을 행주 위로 주르륵 쏟는다. 에휴, 니가 그럴 줄 알았다.-_-)
"지안아, 물 붓지는 말라고 했잖아~"
"지안아, 그런데 물 부었어?"
(뭐라 반응할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어봤음. 별 신통한 답이야 하겠어.)
"지안이가 식탁 청소하려고"
(푸핫, 제법인데?)
"아, 청소하려고 그랬어?"
(지안, 계속해서 젖은 행주로 식탁을 닦는다. 꽤나 진지하다.)
"응. 물을 식탁에 안부으염 지안이가 청소할 게 없잖아. 그래서 지안이가 물을 식탁에 좀 부었어. 청소 좀 하려고."
(ㅍㅎㅎㅎ 당신은 논리의 대가! 엄마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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