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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1 07:24

지안이는 말문 트이고서부터 문장을 좀 길게 말한 편인데요, 요즘은 그 정도가 더 심해졌습니다. 예를 들면,

 

준유가 울어서 엄마가 기저귀 갈아주러 가는데 지안이가 나도 갈 거야 하니까 엄마가 안돼 갈치 다 먹고 내려와 해서 지안이가 갈치 다 먹고 나니까 엄마가 이제 같이 내려가자 해서 지안이하고 같이 일층 내려가는 거예요?”

 

하는 식입니다.

 

계단을 내려가다 말고 중간에 서서,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으며 저렇게 말을 이어가는데, 저는 중간 즈음부터 고개를 돌려 혼자 킥킥대고 있었죠. (엄마 말 인용할 때는 엄마 말투를 그대로 흉내내는 게 일인극 보는 거 같아서 더 웃겨요.) 저걸 다 듣고 나서 , 맞아.” 해주면 끝이예요. 엄마가 해주던 (베이비토크에서 권장하는) 실황중계를 이제 자기가 하고 있습니다.ㅋㅋ 어떤 때는 중간 이후부터 못 알아듣기 시작해서 아햏햏해질 때도 있어요. (배낭여행 갔을 때, 서양애들로만 가득 찬 도미토리룸 이층 침대에 누워 걔네들이 떠드는 걸 듣고 있을 때의 기분 아세요? 처음에 천천히 말할 땐 좀 알아듣다가 그네들끼리 대화가 빨라지면서 한 순간 말을 놓치고 나면, 그 다음부터 뭐라고 하는 건지.. 갑자기 나는 가라앉고 걔네들끼리 외계로 날아가버리는 느낌? 말은 말인데, 가사를 알 수 없는 노랫소리처럼 들려요.) 어쨌든 그럴 때도 그냥 , 맞아.” 하면 되지요. ^^

 

지난 번 청소하려고 물 좀 부었어에 이어, 또 한 번 지안이에게 허를 찔린 일이 있었네요. 최근에 제가 말 잘 들으라고 종용한 적이 좀 있었는데요, 같이 씻다가 목욕할 땐 엄마 말 잘 들어야지. 안 그러면 넘어져서 미끄러질 수도 있고 비눗기가 남아서 따가울 수도 있잖아.” 했더니, 잠시 생각한 후 이 아가씨 하시는 말,

 

구럼 목욕 안 할 때는 엄마 말 안 들어도 돼요?”

 

.. 제가 또 졌습니다. “.., 목욕 할 때는 조금 안 들어도 괜찮아.” 했지요. 깨갱. 이제 헛점을 보이면 안돼요. -_-

 

요즘은 제가 거의 항상 다른 어른과 함께 애를 보다 보니, 지안이가 뭘 하고 노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큰 애 밥 먹이고 작은 애 젖 먹이고 기저귀 갈고 집안일 좀 하면 하루가 다 가네요. 저랑 있을 땐 주로 저런 식(혼자 끝없이 종알종알 대고 저는 대답만 해주고)이고 (, 문화센터도 가네요), 증조부모님과는 퍼즐이나 소꿉놀이를 하고, 할아버지와는 자석놀이를 하거나 안겨있고, 아빠와는 도미노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안겨있는 것 같군요.

 

그런데 그것보단 일상생활 자체가 놀이인 것 같아요. 엄마아빠와는 준유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히고 목욕시키는 걸 돕고요, 아주머니와는 빨래를 꼭 같이 널어야 해요. 증조부모님께 가서는 약병 열어드리고 파스 발라드리고 의료기기 작동시켜 드리고요(필요 없다는데 바르고 쓰시라고 강요도 자주 하죠.ㅋㅋ), 할아버지께는 사탕을 꼭 먹여드려야 해요.(이것도 드시고 싶지 않다는데ㅋ)

 

아참, 아기 짓도 자주 해요. 준유 태어난 후로 아이짓을 잘 하는 것 같더니(큰 아기에서 작은 아이로 얼마 전 승격시켰어요. 사실 엄마 생각엔 아직 아기이긴 한데 세뇌시키려고ㅋ) 역시 아기 노릇이 아쉬웠나 봐요. 얼마 전까진 소희(8개월짜리 사촌 동생)놀이만 했는데, 오늘은 드디어 준유까지 했다네요. 크. 참고로 소희 놀이는 이렇게.

(기고 있는 지안이 발견) "어, 우리 소희 아직 못 걷는구나."
(지안이 슬며시 웃기 시작)
"그래, 기어서 엄마한테 와요."
(지안, 눈치 보다가 슬쩍 일어선다.)
"어어? 소희 설 줄 알아?!! 여보, 우리 소희가 섰어요!!" (남편도 호들갑에 동참)
(지안, 활짝 웃으며 와서 폭 안김)
"우리 소희 많이 컸네. 이제 지안이 언니처럼 잘 걷는구나. 멋지다~~" (호들갑 계속)

숟가락질 못하는 소희, 말 못하는 소희 놀이도 있지요. 준유놀이는 할아버지와 했다는데 제가 못봐서 아직 모르겠어요.

할머니가 안 계신 동안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증조부모님께서도 맹활약을 해주고 계세요. 85년의 시간차를 뛰어 넘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보면 가끔은 경이롭기까지 하지요. 안동 사투리도 배우고요(엄마처럼 뭐 하려고?” 하고 말꼬리를 올리는 서울말도 쓰고, 증조부모님처럼 뭐 할라꼬?” 하고 첫음절에 강세 팍 들어가는 안동말도 써요. 이모가 처음 듣고 뒤집어졌죠.), 고어도 잘 알아들어요.(나무를 낭게라고 하세요.)

 

흐흐. 적고 보니 이제 많이 큰 것 같네요. 지안이는 대략 1?개월부터 20개월까진 책만 열심히 팠고, 20개월부터는 퍼즐과 블록에 폭 빠져 살더니, 두 돌 무렵부턴 그냥 이것저것 가족들과 함께 하는 생활이 곧 놀이가 된 것 같아요. , 두 돌 전후부턴 말로 먹고 산다(?^^)고 해도 될 것 같네요. 요즘 제일 귀여울 땐 노래책을 보며 종알댈 때예요. 그 얘긴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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