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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6'에 해당되는 글 1건
2011/02/16 00:33

준유와 보내는 나날이 너무 휙휙 지나가는 것 같아서,
뭘 하고 노나를 생각해봤어요.

요즘 잘 하는 (& 거의 유일한ㅋ) 놀이는,
'엄마 조종하기'입니다.

안고서 얼굴을 마주보면 이 녀석이 제 턱이나 뺨을 움켜잡는데
그럼 저는 고개에 힘을 빼고서 조종당하는 놀이지요.
젖 먹는 동안 제 손을 내주고서 이러기도 하고요.

사실 이게 아무 것도 아닌 건데,
포인트는 효과음입니다.
애가 팔을 쭉 뻗어서 저를 밀어내면 '슝~'
팔에 힘을 빼면 박치기하는 척하며 '꽝!'

과장되게 소리를 넣어주면 애가 굉장히 재미있어 해요.

배밀이도 못할 때부터 하던 건데,
울고 웃는 것 말고는 별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아기에게
'너도 이렇게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단다!'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엄마 볼에 바람을 가득 넣어서
아이 손으로 풍선 터뜨리듯 누르는 놀이도 서로 좋아합니다.
(역시 제가 좋아하는 놀이는 인과관계가 확실한 놀이들..ㅋ)

지안이랑도 이렇게 많이 놀았는데,
한참을 잊어버리고 잊었어요. 그 때 서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를.

준유 조금만 크면 또 까먹을 거 같아서
별 거 아니지만, 적어둡니다. ^^

그리고 또 뭘 하고 노나 봤더니
제가 하루종일 말은 별로 안하고 앙~ 쪽쪽~ 이런 소리만 내고 있네요.ㅋㅋ
부비부비할 시간도 부족해서,
만나면 볼 비비고, 뽀뽀하고, 손가락을 입술로 물어서 잡아당기고 등등..
원초적인 놀이만 하게 돼요.
으흐.. 이건 말이 필요없죠. 평생 부비부비하며 살고 싶을만큼.

문득 쳐다보면 너무너무 귀여워서
"권준유, 너 왜 이렇게 귀여워!"라든지 "더 크지 마, 응?" 하게 됩니다.
(지안이한텐 "너 왜 이렇게 이뻐!"는 하는데, 더 크지 말란 말은 이제 안하네요. 미래가 점점 기대되는 월령. ^^)

참, 젖먹이 입에선 x냄새가 난다는 거 아시나요?ㅋㅋ
x냄새라 하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모유만 먹는 아기들은 x이 색깔도 예술이고(샛노란 물감색) 냄새도 정말 구수하거든요. 젖이 발효된 냄새랄까.
근데 입에서도 젖이 발효된 냄새가 나니까(얘네들은 이도 안닦잖아요. 물도 안 마시고.)
결국 '입냄새=x냄새'지요.
저는 이게 너무 재미있어서 맨날 애 얼굴에 코를 파묻고
'야, 너 x냄새나.ㅎㅎ'하고 있어요.
이제 이유식 양 늘어나면 이것도 곧 안녕일텐데, 지금 맘껏 즐기렵니다.
냄새도 동영상처럼 저장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첫째랑 비교하면 제가 정말 하는 게 없긴 해요.
지안이한텐 말도 엄청나게 많이 하고 맨날 노래를 불렀는데('뮤지컬 육아'라고 명명할만큼)
준유한텐 "자, 기저귀 갈자."라는 말조차 잘 안나올 때가 많아요.(제일 많이 한 말은 "잠깐만 기다려"라는.ㅋ)
지안이가 저한테 말을 너무너무 많이 시켜서
그거 대답만 해줘도 지치거든요.

지안이 눈치 보여서 잘 못놀아주는 것도 있어요.
준유한테 뭘 좀 해줄라치면(들어올려 비행기를 태워준다든지)
지안이가 항상 샘낼 채비ㅋ를 하고 저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둘 다에게 해줄 수 없는 일은 시도를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럴 체력이 안돼요.

그래서 준유랑은, 지안이 몰래 눈마주치며 음소거 모드로
벙긋 웃어줄 때가 많아요.
애틋한만큼이나, 사랑하는 표정을 가득 담아서 날려주면
이 녀석도 한껏 행복하다는 듯 함박웃음으로 화답해요.
그러니까 우린 눈만 마주치면 완전 *♡.♡* 이런 모드.

"누나가 어린이집 가면 많이 놀아줄게!"
..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진 못하겠고
(얼집 보내고 남는 시간에 대학원 복학 준비하려고 완전 벼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방치할 테니, 엄마랑은 이렇게 짧고 굵게 놀자꾸나."
라는 말을.ㅎㅎ

상황이 이렇긴 하지만
둘째한테 더 못해준다는 느낌은 또 아니네요.
첫째를 키운 내공으로,
둘째한테는 꼭 필요한 부분만 효율적으로 준다고나 할까.

그리고 아무리 제가 못 놀아준다고 해도
최소한 우린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까..
참 복이 많다는 걸 되새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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